GPT는 대화하면서 배우지 않는다. 그런데도 많은 사용자들이 '이전보다 나아졌다'라고 느끼는 이유가 있다. 그건 기술적인 환상일 수도 있고, 사용자의 질문 방식이 변한 결과일 수도 있다. 이 글은 그 착각의 정체를 짚어보고, GPT를 잘 쓰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를 되돌아보는 가벼운 안내서다.
1. 점점 더 똑똑해졌어?
GPT를 자주 쓰다 보면,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얘, 나랑 대화하면서 점점 말투가 비슷해지는 것 같아."
"이전보다 더 똑똑해졌네?"
뭔가 계속 배우는 느낌. 말을 더 잘 알아듣고, 반응도 매끄럽고, 스타일도 챙겨주는 것 같고. 그런데 이건, 착각이다. GPT는 지금 사용자의 말을 들으면서 무언가를 배우거나 발전하는 존재는 아니다. 하지만, 왜 자꾸 그렇게 느껴질까?
2. 왜 그런 착각이 들까?
반응이 점점 좋아진다고 느끼는 건, 실제로 GPT가 발전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사용자의 질문 방식이 정교해졌기 때문이다. 처음엔 단순히 물어보던 것들이, 점점 맥락을 고려하고, 표현을 조율하고, 적절한 정보를 섞는 식으로 발전한다. 결국, 질문이 좋아지면 답변도 좋아진다.
게다가, 인터페이스나 응답 속도, 자연어 출력 같은 외부 요소도 GPT가 똑똑해 보이게 만든다. 마치 함께 성장하고 있다는 착각을 주는 디자인된 착시다.
3. 실제로는 어떻게 작동할까?
GPT는 수많은 텍스트를 바탕으로 미리 학습(training)된 모델이다. 이 학습은 이미 끝났고, 지금 이 순간에도 그 고정된 상태로 작동하고 있다. (예: GPT-4의 경우 2023년 초까지의 데이터로 학습됨)
즉, 대화를 주고받는 중에 무언가를 새로 배우거나, 그걸 바탕으로 더 나아지는 일은 없다.
모델은 단지 지금 주어진 문맥을 보고, 가장 자연스러울 확률이 높은 말을 예측해 생성한다. 한마디로 말해, 이전의 학습 덕분에 '사람들이 이런 상황에서 이런 말을 하더라'는 패턴을 익힌 상태인 셈이다. 이 구조 안에서는 새로 배우는 것도, 스스로 개선하는 것도 없다. 지금 주어진 대화 흐름 안에서, 최선을 찾아내고 있을 뿐이다.
4. GPT를 잘 쓰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GPT는 마치 똑똑한 조력자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잘 쓰는 사람'이 똑똑해 보이는 구조다. 문장을 이해하고, 의미를 파악하고, 구조를 만들어 질문으로 바꾸는 힘. 문해력, 구조적 사고, 논리적 구성 같은 것들이 뒷받침되어야 결과도 달라진다.
이런 역량은 단기간에 생기지 않는다. 반복해서 쓰고, 잘 된 질문을 되짚어보고, 스스로 질문을 다듬는 훈련이 필요하다.
5. 이제는 질문하는 시간을 의식해보자
생성형 AI는 이제 되돌리기 어려운 흐름이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다양한 방식으로 이 기술과 마주할 것이다. 그렇다면 단순히 결과를 받아들이는 데 그치지 말고, 질문을 던지는 순간을 조금 더 의식해 보는 건 어떨까.
질문을 만드는 그 순간,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하는 기회가 된다. 문해력, 구조적 사고력, 맥락 판단력이 질문에 녹아들면서, GPT의 답변도 더 정교해진다. 예를 들어, 단순히 "이 제품 어때요?"라고 묻는 대신, "이 제품이 어떤 사용자에게 적합하고,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를 알고 싶어요"라고 묻는다면 더 정확하고 유용한 답을 얻을 수 있다. 질문에 담긴 사고의 구조가 깊을수록, 그에 따라오는 답변도 깊어진다.
GPT는 여전히 학습하지 않지만, 질문자가 스스로의 사고를 조정하는 그 축적의 과정이 쌓여, 결국 '스스로의 학습'이라는 형태로 돌아온다.
정리하자면, GPT는 학습하지 않는다. 다만, 사용자와의 인터페이스, 출력 방식, 그리고 질문자의 성장 덕분에 '배우는 것처럼 보이는’ 착각을 줄 수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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