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T, 실무에 담은 기록

ChatGPT 도입조차도 사실 어렵다 — 고요한 고비용 구조

gtpmore 2025. 6. 18. 16:35

 

GPT 도입이 겉보기보다 어려운 이유는 기술 문제가 아니라 조직 내부의 심리적·구조적 장벽 때문이다. 이 글은 ‘ChatGPT조차 도입하기 어려운 이유’를 Loss vs Gain 프레임으로 설명하며, 실무자와 결정권자가 AI 도입 논의 시 고려해야 할 현실적 리스크와 가능성을 균형 있게 보여준다. AI 도입을 고민하는 사람에게 또 하나의 관점을 제공하고 있다. 


GPT가 아무리 대단해도, 막상 실무에 도입하려 하면 막히는 지점이 있다. 심지어 ChatGPT조차도 그렇다. 많은 조직들이 도입을 망설이거나, 시도조차 하지 못한다. 그 이유는 단순하지 않다. 그 배경에는 '고요한 고비용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1. 표면적인 이득보다, 보이지 않는 손실이 더 크게 느껴지는 구조

ChatGPT는 겉보기엔 쉬운 도구처럼 보인다. 계정 만들고, 질문만 던지면 된다. 하지만 이걸 '업무 도구'로 쓰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보자. 어떤 팀원이 ChatGPT를 쓰기 시작했다. 단순한 문서 초안 작성을 맡겼더니 10분 만에 결과물이 나왔다. 놀랍다. 하지만 이걸 ‘조직 전체의 방식’으로 만들려고 하면 갑자기 여러 질문이 생긴다.

  • 이거 보안은 괜찮은가?
  • 사용자별로 질문 로그가 남는가?
  • 결과물의 품질은 누가 검토할 것인가?
  • 누구나 쓸 수 있게 하려면 사전 교육이 필요한가?

여러 질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결국 하나로 귀결된다: “이거 정말 도입해도 되는 건가?”

기술적으로는 가능해 보이지만, 실제로 '써도 된다는 확신'을 갖기 어렵다. 이건 비용 계산의 문제다.


2. ChatGPT 도입에서 작동하는 Loss vs Gain 프레임

대부분의 조직은 손해(Loss)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어떤 새로운 시도를 할 때, 얻는 이득(Gain) 보다 생길지도 모를 손해(Loss)를 더 크게 본다. ChatGPT 도입도 이 구조 안에 있다.

이건 단지 조직이 보수적이기 때문이 아니다. 실은, 우리가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 구조 속에 있기 때문이다.

  • ‘한 번 잘못되면 책임을 져야 한다’
  • ‘내가 굳이 총대를 메야 하나?’
  • ‘성과보다 리스크가 더 눈에 보인다’

이런 심리는 지극히 정상이다. 그래서 실무자는 말한다: “이거 좋아 보이긴 한데... 괜히 내가 먼저 하긴 좀 그래.”

관점 Gain (얻는 것)  Loss (잃는 것)  비고
보안(Security) 비민감 업무 자동화 가능 🔐 기밀 유출 우려, 📜 책임소재 불명확 회사 규모 클수록 민감
ROI (비용/효율) 업무속도 향상, 문서 자동화 효과 불확실, 투자 대비 수익 계산 어려움 파일럿 기반 산정 필요
프로세스(Process) 반복 업무 효율화 기존 체계에 혼선 유발 가능, 관리 체계 재정비 필요 업무 프로토콜 정의 필요
인력 역량(Training) AI 활용 능력 향상 학습 시간 소요, 조직 저항감 사내 AI 교육 체계 필요
리스크 관리(Risk) 빠른 실험과 검토 가능 잘못된 정보로 인한 실수, 법적 책임 검수/리뷰 체계 필수

Gain은 가능성이고, Loss는 책임이다. 이 단순한 차이가 조직의 의사결정을 가른다. ‘편리할 수 있다’는 기대보다 ‘문제 생기면 책임져야 한다’는 불안이 훨씬 크게 작용한다.

 

이처럼 각 관점에서의 손실 가능성이 도입을 주저하게 만든다. 실제로 어떤 회사는 회의록 작성을 자동화하기 위해 GPT 도입을 검토했지만, 다음과 같은 고민에 부딪혔다.

✨ 기대했던 이득:

  • 회의 후 30분 내로 요약 정리
  • 담당자의 업무 부담 감소
  • 빠른 공유와 피드백 가능

⚠️ 우려했던 손실:

  • 회의 내용의 민감 정보 유출 우려
  • 요약 정확도 검증 부담
  • 도입 책임자 지정 및 관리 체계 필요

3. 그래서, 도입조차 하지 않는다

많은 조직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단순하다. “이거 좋대” → “그런데 우리 조직에선 어려울걸” → “그럼 그냥 안 쓰는 게 낫지.”

기술적으로는 쉬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심리적 허들이 높다.

  • 성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 정착시킬 구조가 없어서도 아니고,
  • 리스크를 떠안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 이걸 '먼저 써보고', '문제없이 굴러가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이걸 할 작은 파일럿 팀이 없다면, 대부분의 조직에선 도입은 시작되지 않는다.


4. 이 글은 하나의 비교 구조를 보여주기 위한 글이다 — 그럼에도 왜 이 도구를 논의해야 하는가

앞으로 조직에 AI를 도입하려는 논의는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 첫 단계조차 쉽지 않다는 것을, 그리고 그 이유가 단순한 기술 장벽이 아닌 조직 구조와 심리적 허들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이 글은 ‘GPT는 도입이 어렵다’는 단순한 진단이 아니라, 그 어려움이 어떤 구조 속에서 나타나는지를 설명하는 하나의 프레임을 제시한다.

LLM은 아직 AGI도 아니고, 만능도 아니다. 하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기존 업무 방식에 새로운 실험을 시작할 만한 충분한 가치를 가진다.

AI 도입은 선택이 아니라 설계의 문제다. 중요한 건 “쓸 수 있느냐”보다, “어디에, 어떻게 써야 의미 있는가”를 먼저 설계하는 일이다.

그 시작이 다소 부담스럽고 손해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작은 파일럿 팀의 실험만으로도 의미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